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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3. 12:45 - Samantha

부천 사랑치과 경험기 "환자를 진료하는 진짜 병원"


충치를 치료했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돈도 없…)로 미뤄왔다. 그러다가 재작년 겨울, 매서운 겨울 바람에 이가 더 시린 것 같길래 일을 끝내자마자 부랴부랴 강남의 한 치과로 달려간 적이 있다.


실장이라는 직함을 단 여자가 나오더니 이 상태를 들여다 보지도 않고서 바로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했다. 지시대로 엑스레이를 찍고 나왔더니, “어머 썩은 이가 많네 ㅋ 한개당 70만원.ㅋ”이라며 내게 가격부터 제시했다. 어떤 재료를 써야 좋고, 가격대는 몇만 원 선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설명도 없이 그냥 돈부터 내고 “지금 바로 결제하면 치료할 수 있다”는 식으로 호언장담했다.


왠지 수십만 원에 호가하는 진료를 단번에 선택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환자를 호갱으로 대접하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한 나는 그냥 엑스레이 비용만 내고 이 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엄마 아는 사람이 추천해준 부천의 한 치과로 발을 옮겼다.


당시에 충치가 한 6,7개 있다는 말에 온갖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또 바쁘다는 핑계로 작년 가을쯤 되어서야 겨우 부천의 ‘사랑치과’에 내방할 수 있었다. 평일 오후 반차를 내고 갔는데 대기하고 있는 손님이 많아서 한 30분 이상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bit.ly/1EETN2J

사실 이곳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어릴 때 아말감으로 떼운 어금니 하나가 있었는데, 오징어를 먹다가 아말감이 치아에서 분리된 적이 있다. 이후, 어금니 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충치를 재발하는 촉진제가 되었고, 결국은 치료시기를 놓쳐서 영구치였던 어금니를 빼야만 했다. 그래서 현재 왼쪽 윗 어금니 한 개가 없는 상태다. 엄마는 치아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려해 사랑치과를 방문해보라고 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토요일을 이용해 병원을 방문했다.


부천 사랑치과에는 의사 선생님 한 분이 계시는데, 이 선생님은 내 치아 상태를 보더니 “사랑니 4개도 다 잘 자랐고, 사실 10대 후반 이후로는 치아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돈을 무리하게 써가면서 어금니를 새로 심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을 주셨다.


일반 병원에서는 1분 의사진료 상담을 하더라도 의료비를 청구하던데, 당시 진료값도 받지 않고 그냥 가라는 친절까지 베풀어주셨다. 아마 이 때 쌓인 신뢰 덕분에 나는 집에서도 3정거장 가야하는 이곳까지 온 것이다.


대략 30분 정도 있다가 내 진료 차례가 왔다. 선생님이 치아 상태를 보더니, “충치는 아니다. 치아도 깨끗하게 관리해온 편이고, 지금처러만 깨끗하게 닦아주면 된다”고 했다. 헐. 그냥 가라고 하시는데, 반차까지 쓰고 온 것이 아까워 스케일링이나 받았다. 그것도 스케일링할 때 치석이 별로 없다고 만 원으로 깎아주시기까지.


사실 진짜 환자를 생각하는 병원이 많지는 않다. 몇달 전 방문한 직장 근처 피부과의 경우, 시술 전문 병원이었는지는 몰라도 얼굴을 제대로 뜯어보지도 않고 ‘이상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치료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도 했다. 남동생이 방뭔했던 대학 병원 교수도 한 2분간 대화를 한 진료 비용으로 2만 원 가까이를 청구했다. 정말 말만 하고 돈을 버는 참 좋은 시대인 듯. 올바른 의료 정보나 진단, 질병 정보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받는 데 치중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처럼 믿을만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그래서 부천 사랑치과는 반차, 혹은 월차를 써가면서까지 갈 수밖에 없는 병원이다. 돈이 되는 임플란트 시술도 하지 않고, 오픈된 병원에서 1:1로 손님의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해 주는 선생님이 어디 있던가. 만일 치주질환 때문에 고민인 사람이라면 정말 내 이름과 직장을 걸고라도 추천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