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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8. 21:10 - Samantha

지킬앤하이드, 그리고 국내 뮤지컬 산업


Jekyll & Hyde “ No One Knows Who I am “ Good ‘N’ Evil “

국내 뮤지컬은(라이선스 포함)은 하나의 극이라기보다는 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10년 한국형 ‘지킬앤하이드’ 무대를 2번 관람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은 2층 뒤에서 3~4번째 줄, 다른 한 번은 2층 앞에서 두번째 둘 가운데서였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찡그리고 보더라도 배우들의 얼굴 표정은 커녕 몸동작을 읽기가 너무나 어려웠다.무대 자체도 작았지만, 더 큰 문제는 무대를 온전히 볼 수 없을 정도로 관객수가 많았던 것. 물론 1층의 좌석을 선택하면 해결되는 문제이기는 하나, 국내 뮤지컬이 너무나 ‘초대형’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바로 오리지널 뮤지컬 팀의 DVD 판을 보고나서였다.

당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너무나 깊숙히 빠져있었던 나는 SBS에서 방영된 버전을 구해 수차례 반복해서 듣고는 했다. 우연한 기회로 학교 도서관에 오리지널 DVD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빌려서 보게 됐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오리지널 DVD는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무대 규모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작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브로드웨이에는 한국처럼 초대형 뮤지컬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에는 오히려 정말 무대라는 곳 자체가 배우들의 삶의 터전이고 뉴욕 시민들에게는 일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일상이고 삶의 터전인 곳, 그 무대가 우리나라처럼 휘향찬란하고 반드시 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곳에서 뮤지컬을 본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오페라의 유령이든 캣츠든 그 어떤 뮤지컬도 작은 무대에서도 늘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귀뜸했다.

그래서 배우들 몸짓을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의 큰규모에만 집착하는 국내 뮤지컬에 답답함을 느끼게 됐다. 문화산업을 돈벌이로만 취급하는 제작사 혹은 배급사에 1차적인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비자는 공급된 콘텐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건데, 선택지가 다 ‘대형’ ‘대규모’라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소비자가 문화 콘텐츠를 산다는 것 자체에 인색하다는 이유로 대형 제작사들이 뽕을 제대로 뽑을 수 있는 아이템 찾아 삼만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나, 정말 정도껏해야지 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뮤지컬이 하나보다, 또 하나보다 하고 그냥 넘기게 된다. VIP 좌석이 아닌 곳에 VIP 라벨을 붙여놓고 VIP 가격을 붙인다는 뉴스도 들었던 터라, 이 사람들은 그냥 장사를 하는 거구나, 길가다가 생각나서 사먹는 아이스크림처럼, 그냥 무엇인가를 소비하고 싶을 때, 돈지름을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문화생활을 저멀리 하게 된다.

PS. 사실 매일 사랑타령인지라 재미도 없다. 지킬앤하이드의 명곡 ‘지금 이순간’을 들어보자. 사실 이 명곡의 가사를 하나씩 음미해 본 사람이 드물 것인데, 노래를 틀어놓고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뮤지컬의 모태가 된 소설과는 내용이 상당부분 다르다.

오랜시간 지킬 박사는 공을 들여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였다.주변 동료들이 만류하고, 그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지킬 박사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신약 개발이 완료됐다. 지킬 박사는 약의 효능을 실험할 수 있는 그 때과 왔음을 직감했으며, 자신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