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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11. 09:20 - Samantha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제대로 짚어낸 책,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6개월 간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은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다시한 번 돌이켜보면 그곳은 변화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혁신을 꿈꾸는 곳이다. 비현실적으로 와닿는 아이디어가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곳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바로 “이제야 자신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을 찾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그것.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스타트업 신화에 대해 때로는 거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외부에서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오로지 투자, 매출, 인지도일 뿐이다. 단순히 경제학적인 규모로 스타트업의 모든 가치를 평가하려고 하며, 이들의 수 년 또는 수십년 간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 점을 늘 안타깝게 여겨왔으며, 스타트업을 '진짜로' 경험해본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신화 속에 감춰진 핵심을 짚어주길 바랬다.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 혁신에서 성공을 찾은 12개의 신화’의 저자들은 이러한 맥을 짚어내려는 유의미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해냈다.

이들과는 스타트업 전문 매체인 비석세스(beSUCCESS)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비론치 2013을 함께 준비했으며, 비론치를 성황리에 마친 후에는 에디터라는 직함을 달고 스타트업과 관련된 기사를 다뤘다. 하루 24시간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모든 이슈를 두고 때로는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고, 다함께 밤늦도록 회사에 머물며 더 나은 서비스, 컨퍼런스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돌이켜생각해보면 이들은 정말 근면성실했고, 누구보다도 스타트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줬던 이들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이 모여 스타트업에 관한 책을 썼다.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스타트업이 내세우는 가치나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들이 직접 스타트업이 종속된 산업을 분석하고, 기존 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해당 스타트업의 강점을 분석해냈다. 이렇게까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뉴스로 전해지는, 외부에서 평가되는 스타트업에 관한 정보만으로는 그 스타트업을 제대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삶, 스타트업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제대로 이해해보지 않으려는 상태에서 뉴스를 위한, 기사를 위한 글에 대해서는 늘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누군가처럼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투자하고,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에서 언급한대로의 경제학적인 측면으로만 스타트업을 분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기존 산업에서는 해결하지 못했던 고전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간 과정, 그리고 작은 실마리에 주목했다. 대규모 마케팅, 공격적인 마케팅은 스타트업이 아니라도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다 가능하다. 그러나 자본, 인력, 기술 등 모든 것이 열세한 상황에 놓여 있는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단시간에 모든 집중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들은 이와 같은 난제를 극복한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짚는 데 집중했다.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시각에서 스타트업을 분석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이들의 전공이 지대한 영향이 미치지 않았나 생각도 한다. 경제학 베이스를 갖춘 이들은 자신들만의 프레임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봤다. 따라서 이 책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다거나 스타트업에 일하고 싶은 사람, 스타트업에서 전략을 구상하는 사람, 기획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에서는 그 어떤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라도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책에서도 밝혔다시피 개인 업무 성과는 곧 기업의 성과와 생존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대기업 직원보다 더한 위기의식 속에서 초고도로 집중하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편,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비전을 제공하여 직원들이 스타트업의 일원으로써 자신이 해야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요건’

혁신의 실마리를 지닌 스타트업, 이들은 동종업계 대기업과 당당히 겨루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업을 만들고 혁신을 거두며 성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 기업만의 개성을 살린 제품, 서비스, 문화등에 주목했다. 아래는 책 목차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1. 측면 승부 - 기존 강자들의 허점을 노린다.

    • 마이리얼트립 : 기존 여행산업의 유통방식을 흔들기
    • 헬로네이처 :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시키기
    • 레진 엔터테인먼트 : 콘텐츠에 대한 애정으로 서비스 키우기
2. 뚝매기보다 장맛 : 특정 고객에 주목한다 = 니치 마케팅
    • 얌 스튜디오 : 알차고 탄탄한 유저 커뮤니티
    • 애드투페이퍼 : 소비자가 원하는 ‘니치한 니즈’를 만족하기
    • VCNC : 모두가 바라보는 곳 반대쪽을 바라보기
3. 기술혁신 :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 롤앤롤 : 14년간의 뚝심으로 LBS의 새로운 장을 열기
    • 브이터치
    • 에스이웍스 : 해커는 해커가 막는다
4. 특이한 기업문화 : 직원들의 행복을 높인다.
    • 파이브락스
    • 핸드스튜디오 : 직원을 케어하는 회사
    • 우아한 형제들 : 브랜딩에 의한, 브랜드에 의한


어쨌든 이 책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공했나’라는 것 보다는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전략’의 문제다. ‘성공’은 제대로된 전략을 폈을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혜택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우리는 그 과정에 다시끔 주목해야 한다. 비단 책에서 다룬 기업과 비슷한 업종을 운영하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혁신을 일군 기업들의 전략은 한번쯤 살펴볼 만하다.

때때로 지난 6개월의 시간을 떠올려보고는 한다. 어찌보면 기자의 삶도 개인사업체와 다를바가 없다. 스스로 계획을 짜고, 최신 기사거리를 찾아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공통점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 일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유일한 차이점은 모든 희노애락을 같이할 동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 한다. 나이, 전공, 국적에 상관없이 마치 동아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듯한 신나는 마음으로 생각을 나눴고 토론을 했고 많은 지식을 배웠다. 비록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하면 규모도 작도 시설도 열악하고 자본도 부족하고, 게다가 일의 강도는 대단히 쎼다. 하지만 그런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서비스로 거듭난 것이라면, 한 번쯤은 베일에 싸인 이들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들여댜봐야하지는 않을까. 단순히 기업운영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