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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5. 23:50 - Samantha

에디터와 기자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수습 기자로 일할 때 한 선배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점이 고민인지 물었다.

“저는 스타트업이 좋아요. 출입처로 스타트업이 명시된 만큼, 스타트업 관련 기사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싶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업계 큰 이슈 터지는 것도 동시에 따라가야 하고, 기사 쓰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고민이에요.

사실 본질적인 고민은 제가 이 매체 성향과 맞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거죠. 이 매체에 맞는 색깔을 제가 구현하지 못하면 저는 결국 이 매체에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다른 게 없잖아요.

아직도 “기사”니, “기자”니 하는 것도 잘 모르겠어요. 보도의 권리? 취재의 의무? 진짜 소비자를 위해 글을 쓰는 거라면 해당 산업 부분의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진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써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를 보면 알죠. 그 회사가 매출이 높아서, 단순히 지원해주는 언어가 많아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단순히 이유만으로 그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효용성을 획득할 수 있느냐, 그것이 주된 관심사잖아요. 그러면 직접 사용해봐야죠, 체험해봐야죠.

앞으로 매출 20%를 늘리기 위해 무엇을 도입하겠다, 노력해보겠다라는 말이 전 따분해요. 업계 전반의 이야기, 그리고 경제 시장의 흐름을 알아야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IT라는 그 기술은 경제, 경영, 철학, 수학의 논리 등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인 부분을 다 담아낸 일종의 철학이에요. 그래서 전 이걸로 세상의 프레임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좋은 체험을 나누고 싶고, 제가 배운 것을 초보자에게 알려주고 싶고,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큰데 전 이 매체에 맞는 사람이 맞나요?”


이미지 출처 : wordpress_featured_writing.jpg

때론 외적으로 전혀 흠잡을 곳 없는, 기계적이고 상투적인 글보다도 취중에 휘갈겨 쓴 글이 더 큰 감동을 일으킬 때가 있다. 내게 있어 더 나은 글의 기준은 온갖 기교를 부려 넣은 글이 아닌,읽는 이와 어떻게든 교감을 하느냐의 여부다. 늘 글을 쓸 때마다 떠안게 되는 고민, 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슈가 터져 어떻게든 오늘 안으로 써야 하는 글이 아닌, 일단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한 사안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늘 2, 3시간안에 취재기사를 써야 하는 게 맞는 이 “기자”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사로 인해 어떠한 파급력이 생성되는지, 언론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하지 못한 채 임한 지난 6개월 동안 “언론‟은 아무나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성지와 같은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저 글 쓰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과 기사를 쓰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었다.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에서 벗어나, 틀에 갖춰진 글을 쓰는 것에서 벗어나니 이제야 내 마음이 두근거리는 일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됐다.

경험해보고 나서야 기자와 에디터의 미묘한 차이점을 알게 된 게 어리석으면서도, 이제라도 어떤 일을 해야 심장이 뛰는지 알게 된 것도 천운이다. 제 몸에 맞는 일과 직업은 따로 있으니, 억지로 무엇인가를 붙들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벗어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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