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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12. 09:00 - Samantha

때와 장소를 가려서 조언해 주는 사람이 좋은 상사다

그림 출처 : 링크

참고 기사 : “부하 허물은 모두 내 책임” 팀장 배려에 감동도 잠시…


현재 친구의 회사에는 편집팀이 2개로 나뉘어 있다.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어쩔 수 없이 따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편집장도 2명이 배치돼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 친구는 “지금 편집장님 밑에서 일하는 것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는지 모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친구의 편집장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외유내강’형이다.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를 항상 편집장님께 컨펌을 받는데, 길게 할 이야기라고 판단되면 편집장님은 담당자를 늘 회의실로 호출한다. 첨삭은 물론, 글의 위치를 바꾸면 더 좋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물론 편집 방향과 원칙에 따라 적절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의 조언일지는 몰라도, 사실 기자/에디터에게 있어서 ‘조언’은 개인의 역량 강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른 직종의 사람보다는 ‘자기일’, ‘나만의 커리어’라는 인식이 조금 더 강한 편이다. 그러므로 ‘한 기사에 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측면에서는 많은 도움이 된다(물론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난 7개월간 지속해서 영어 번역을 해보니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만큼 복습량이 따라주기는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회의실까지 이동할 수 없을 때면 편집장님은 자리 옆에 불러서 소근소근 몇 가지 지적사항을 전달한다고 들었다. 타 부서 사람들이나 다른 동료 기자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만 기사를 첨삭해준다는 것이다.

반면, 타 부서의 상황을 보면 괜히 친구 마음도 찝찝하기 그지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보스가 내 앞에서 선배/동료를 훈계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이나 불편한 것다. 자칫하다가는 선배의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후배는 선배들 앞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다른 팀에는 인턴 한명과 친구보다 연차가 높은 선배 기자가 있는데, 매일 같이 그 팀 편집장으로부터 한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한소리가 아니라 마치 잔소리 차원으로 들리기까지 한다고 친구는 하소연했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왜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 썼냐고 나무란다. 물론, 기사가 사실을 정확히 견지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한 행동은 없다. 다른 언론사에 가면 이렇게 호통치는 선배 기자나 편집장(국장)은 사실 널리고 널린지라 그런가 보다 넘어가기는 하는데, 문제는 선/후배가 한데 모여 있는 사무실에서 굳이 큰소리를 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데 있다.

평가자 기준에 있어서 상대방의 ‘일의 미숙함’을 탓하는 것뿐이라면 굳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상 ‘남’의 일이기 때문에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는데, 이처럼 ‘똥 밟는 행위’가 내게도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정말 한없이 끔찍하고 뭐 이런 상사를 만났나 싶기도 하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후배 앞에서 체면만 앞세우는 선배가 밉상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조직생활이라는 게 어느 정도 위계질서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선배의 위신이 떨어지면 같이 일하는 후배 입장에서도 선배를 우러러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기는 것이고, 자기 하는대로 대접을 받는다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선배나 후배나 모두 민망한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다 큰 성인인데, 굳이 큰소리를 내어가며 주변 동료들 민망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 듯싶은데 말이다. 오히려 조근조근한 목소리에 힘 있는 메세지를 담는 상사를 알아서 따르게 된다. 나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느낌이 든다면 사실 그 선배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굳이 호통을 쳐가며 감정적인 벽을 만들어갈 바에야, 아니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된다고 믿는 상사 밑에서 일할 바에야 정말 일을 안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나을 수도 있다. 호통을 치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사 밑에서야말로 정말 열심히 일할 맛이 날 것만 같다.

PS. 물론 사생활이나 평소 생활 습관은 논외로 친다. 업무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며, 세상을 살다 보니 사생활마저 완벽한 도덕군자 성인 상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