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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4. 13:09 - Samantha

가정이 무너지면 꿈도 잃어버리는 절망의 ‘대한민국 20대’

이미지 출처 : http://www.christinerhee.com/art/despair.jpg

기사 참고 : ‘할만큼 했는데’…한평생 장애언니 돌본 20대 자살(종합


지적장애 1급을 가진 언니를 홀로 돌봐온 여동생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괜히 우울해졌다. 결국에는 오빠랑 전화하다가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20대는… 미래를 대비하고 꿈을 꾸는 것을 너무 힘겨워한다. 나조차도 버겁다”고 하소연하며 울었다. 나도 이 여동생처럼 비관적인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끝도없이 우울해지기만 했다. 지금이라도 가족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모든 게 다 무너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집에는 다섯식구가 산다. 엄마 아빠, 나, 여동생, 남동생. 이 가운데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 나 뿐이다. 장성한 두 동생의 경우 꿈을 쫓는다고 고정적인 경제활동을 미루고 있다. 아빠는 전기설비 근로자로, 현재 주 6일은 현장에서 먹고 자고 하다가 토요일 저녁에 서울 본가로 올라온다. 초등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엄마는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현재 일일 가사 도우미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한 외국계 회사 에디터로 비교적 부모님보다는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중.

사실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진솔하게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이게 바로 우리네 가족이다. 엄마 아빠는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는 직장에 있으며, 그나마 나는 고용보험이나 의료보험을 회사에서 반씩 부담해주고, 퇴직금도 적립해주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8년 전 대출끼고 무리하게 얻은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 한 채가 있다는 것과 나와 여동생 대학 교육은 빚없이 무사히 마쳤다는 것. 물론 여유는 없기 때문에 그 흔한 가족 해외 여행 한 번 다녀온 적은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나 또한 자립(또는 결혼) 자금을 모으느라 월급의 60%는 바로 저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현재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내게 지워지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부모님에게 있다. 부모님이 아직 크게 아프지 않으시고 놀지 않고 꾸준히 일해온 덕분에 대학 등록금 빚 한푼(물론 4학년 2학기 마지막 등록금는 내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받은 것이라 금리가 3.0%로 저렴하며, 성실 납부할 경우 납부한 이자의 50%는 돌려준다)도 지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내 독립 자금을 모으는 데만 노력을 부으면 된다. 20년 넘게 탄 차를 최근에 바꾸느라 부모님께 500만원을 빌려드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 10월까지 이 천만원은 모을 수 있겠지 하며 악착같이 돈을 저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 기사를 보니, 마냥 앞날을 창창하게 내다볼 수만은 없는 슬픈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금은 정정한 부모님이라도 앞으로 어떤 큰 병에 걸릴 지 모를 일이고, 그렇게 되면 모아 둔 돈을 다 까먹어가면서 부모님을 부양해야 할텐데 나는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봤다. 내 미래, 사랑도, 꿈도 모두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펐다.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내가 분명히 오롯이 그 책임을 지어야 할 것만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현재 내가 미래를 꿈꾸고 독립의 꿈을 그려볼 수 있었던 것에는 바로 부모님이 경제활동을 하셨기 때문인데, 만일 내가 가장이 되어야 한다면? 두 동생을 부양할 책임이 내게로 오게 된다면? 나는 그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는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행복하게 사는데 나는 왜 그 모든 짐을 홀로 지어야 할까? 차라리 혼자였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텐데”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르게 됐다.

사회 보장 시스템이 한 가정을 지켜 줄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지 않아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사건임을 직감했다. 양부모가 없거나 갑자기 돌아가신다고 해서 그 자녀가 모든 짊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면 젊은 이들은 과연 미래를 꿈꾸고 결혼할 엄두를 낼 수 있을까? 그마나 나의 시나리오는 낫다. 싫든 좋든 같이 역경을 헤처나갈 수 있는 두 동생이 있고, 지금 나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반면, 기사 속의 주인공은 돈을 벌고 싶어도 자신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언니 때문에 마땅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었으며, 그 때문에 생계를 이어나가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사회로부터 아주 작은 도움의 손길을 받았더라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그 짐이, 자신에게 지워진 짊을 홀로 지기가 얼마나 벅찼으면 아까운 목숨을 버렸을까. 나름 4년제를 졸업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거 같은데, 어찌 20대 처자에게 이 가혹한 일이 생겨나게 될 것일까. 개인의 재앙일까, 사회의 재앙일까. 분명한 것은 이런 일이 대한민국 20대에게 발생한다면, 그 어느 누구도 바로 바닥으로 곤두박질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불의의 사고에 상관없이 가정이 무너지면 그 책임은 가족 구성원이 쳐야 한다. 그게 현실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