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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18. 13:04 - Samantha

LG 트롬 세탁기 구매 가이드


지난 2013년 3월 처음으로 정직원으로 일해왔다. 고용보험 가입일 기준으로 따져보면 대략 1년 10개월 간 일을 해온 셈. 스타트업과 인턴 기자를 거쳐, 지금 테크니컬 라이터/에디터의 직함을 가지기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부모니께 이렇다 할 취업 기념 선물을 드린 적이 없다. 물론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은 무려 88만원에 이르렀으니, 부모님이 감히 선물을 해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인턴 기자는 6개월 만 일하려고 생각했던 터라 세번째 직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야 겨우 한 숨 돌리고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해드리면 좋을 지 고심했다. 그리고 수십 년된 세탁기를 바꿔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지 출처 : http://bit.ly/1F1tsMz


화려한 주부 경력을 갖추고 있는 엄마는 삼성과 LG 제품 사이에서 고민을 하더니, 같은 kg급 더 넓어 보이는 LG 트롬 제품을 사고 싶어했다. 일명 지인(?) 찬스를 써서 LG 세탁기를 구매하려고 알아봤더니, 정가에서 13.8%정도 할인해준다는 데 인터넷에서 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무이자 할부에 각종 혜택을 받아 LG 트롬을 사기로 선택했다.

세탁기의 세계는 모바일 기기와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제품 사용 기간이 길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제품 출시 주기가 긴 것도 있겠지만, 옛날 제품을 온라인에서 찾아보기는 극히 드물었다. 출시된 지 오래됐지만 저려만 제품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그 마저도 판매처가 거의 없어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됐다. 엄마가 원하는 세탁기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19KG 이상일 것.

우리 집은 다섯 식구라서 원래 빨래감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불 빨래라도 한 번 할려고 하면 세탁기 하나에 이불이 가득 들어간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21kg는 너무 크고, 17kg은 너무 작다는 판단 하에 19kg를 구매하려고 했다.

2. 건조 기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엄마 지인에게 물어본 결과, 사실 세탁 기능과 건조 기능이 한 곳에 있는 제품은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세탁기 통에 바로 건조 기능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었다. 실제로 건조 기능은 세탁시 소모되는 전력의 3배를 소비했다. 1인 1PC를 소유하고 있는 우리 집에서는 바로 누진세의 주효한 원인이 될 터. 혹시라도, 아주 먼 이야기지만 우리가 아이를 낳아 친정에 머물 때 엄마는 아기 옷을 건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이야기했지만, 거의 10년 후의 이야기인 것 같아 패스했다.


FR4999MTNPH, F4999NT1Z, F19WF





이 조건을 기반으로 3가지 제품을 추려냈다. 가격 차이가 거의 10만원 이상씩 났는데, 사실 세탁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건조 기능이 있냐(FR4999MTNPH)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F4999NT1Z와 F19WF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F4999NT1Z를 업데이트 한 제품이 F19WF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다. 왜냐하면 현재 오픈 마켓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상품이 등록된 것은 바로 F19WF이기 때문. 실제로 매장 매니저가 F19WF가 보편적으로 잘 나가는 제품이라고도 설명했다.


엄마는 FR4999MTNPH를 사고 싶어했는데, F19WF와 가격차이가 최소 2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났다. 건조 기능 하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이정도의 가격 차이를 감내하고 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최종 선택은 F19WF로 했다. 엄마도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건조 기능, 있으면 좋은데 전력 소비가 너무 많고 아직까지는 건조도 잘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많아서 이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정 건조 기능이 필요하다 싶은 가정에서는 건조기를 따로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정말 LG나 삼성이나 불친절 한 것이, 각 제품이 어떤 것이 다른지를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줘야하는데(예를 들면, 애플 홈페이지에서 각 제품군별로 가격과 사양을 표 형태로 표시해준다), 이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고 그냥 예쁘게 만드는 데만 치중했다. 나같이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직접 표를 만들어서 비교라도 해볼텐데,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정말 뒷통수 때리는 장사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실제로 매장에서 확인해본 결과, 매장과 온라인 판매 가격이 거의 3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매장을 운영하지 않은 온라인 판매 가격이 당연히 저렴할 수밖에 없겠지만은, 온라인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단 1%라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는 덤탱이 쓰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지난 월요일 오픈 마켓에서 F19WF를 온라인 주문 했으며, 이번 주 금요일에 설치 기사님이 새 제품을 데리고 방문해주신다고 한다. 거의 한 달의 시간동안 틈틈히 리서치하고, 사용설명서도 비교해봤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제품을 사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쨌든 비싼 돈 주고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제품을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