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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5. 20:14 - Samantha

육아는 짐일 뿐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청년 인구보다 노인이 더 많아지는 문제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전가되는 책임은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애를 낳는 것은 이른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행위’와도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여성에 출산과 육아의 책임이 전가된다는 측면에서 점차 더 많은 여성들이 이를 꺼린다.

1. 가사를 ‘도와준다’는 남편.


이미지 출처 : http://www.popsugar.com/moms/How-Get-Help-Chores-28493990

참고 기사 : 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 “당신이 좀 더 희생해


이 기사를 작성한 ‘아내’와 ‘남편’은 맞벌이를 하는 부부로, 남편은 자기 자신을 아내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그럭저럭 신세대라고 칭한다. 아마도 아내와 남편이 지속적인 분쟁에 시달리는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 도와준다고 생각하는가? 같이 한집에 살고 살림을 꾸려나가는 건데, 그 책임은 공동에 있는 것인데 왜 남편은 ‘다른 집 남편들과는 달리 술 약속도 없이 꼬박꼬박 집에 들어와서 애 돌보고 집안 청소하는 것은 정말 칭찬 거리’라고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

어머니의 시대에는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질 않았다.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보통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제도가 없었던 터라, 기혼 여성은 언제라도 애를 낳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일 뿐이었고, 주위나 시댁의 눈치 때문에 당연히 퇴사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남편이 돈을 벌어오는 역할을 맡게 되고, 여자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림해야만 했다. 물론 육아는 같이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마는 유고적인 사상이 팽배했던 탓에 육아도 오로지 여성의 몫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 정서상 아버지는 가장으로 돈을 벌어오고, 엄마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지금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열린 시대가 왔다. 물론, 아직 여성이 아직도 남성의 보조 역할이라는 인식은 만연하다. SBS 모닝와이드에서조차 무겁고 굵직한 뉴스는 남자 아나운서가, 연예인 이슈 같은 것은 여성 아나운서가 담당한다. 비단 SBS 뿐만 아니라 다른 뉴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마는 동등하게 경쟁하고 대우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을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남성의 외벌이만으로는 한 가정이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기에 여성도 돈을 벌어야 하고, 사회 경력을 중시하고 커리어를 쌓는 데 최선을 다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이렇듯 표면적으로 보자면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인 지위는 거의 대등해졌다. 과거처럼 여자라고 사회생활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했다고 퇴사의 압박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결혼했지마는 여성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똑같이 일하고 돈을 번다는 것은 가장의 역할을 반으로 분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전통적으로 여성이 맡아왔던 역할을 남녀 모두 똑같이 분담하면 된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을 두고 ‘가장을 도와주려고 일한다’라고 하지 않는다. ‘맞벌이’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집안일도 ‘같이 한다’는 개념으로 가야 하는 것이지, 도와주는 개념으로 가서는 안된다. 만일, 여성이 맞벌이하는 행위를 ‘도와준다’고 인식하는 순간, 당연히 여자는 ‘돈을 벌어도 그만 안벌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즉 남편이 더 돈을 많이 벌고, 바깥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물론 만일 이런 의도라면, 당연히 그 여성은 집안일을 남성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그렇지 않고 집안일만을 평등함을 외치는 건 모순적이다) 그런 의미도 맞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집안일도 같이한다는 인식부터 자리잡혀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남자들과 비교해 “자기는 비교적 착한 남편이다. 나처럼 아내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자가 어딨냐”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2. 전업주부와 직장맘을 차별하는 정부 정책의 비논리적 잣대

이미지 출처 : https://www.stayathomemum.com.au/houseandhome/organisation/home-manager-not-housewife/

참고기사 : “전업맘이 죄인인가요” 어린이집 혜택 감소에 ‘발끈’


육아 문제는 직장맘이라고 해서 더 힘들고 전업주부라고 해서 덜 힘든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굳이 정부가 나서서 두 부류의 그룹을 나눠서 싸움을 붙이는 꼴이라서 마음이 달갑지는 않다. 어찌 됐든 출산과 육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회 활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일 텐데 말이다. 사실 친정이나 시댁에서 아이를 대신 키워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선물이나 생활비라도 챙겨드리려면 역시 여성이 다시 사회 활동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래나 저래나 아이의 교육이나 정서를 위해서라도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선택했던 것뿐이고, 아이의 교육이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어린이집을 보내야겠다고 선택한 이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전업주부는 남편은 직장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삼삼오오 모셔 수다나 떨고 쇼핑이나 즐기는, 허황된 욕심을 쫓는 여성들을 예외함을 전제로 한다. 나조차 그런 여성을 위해 굳이 나서서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남자와 여자가 노력해서 만든 아기인데, 정부가 ‘여성’에게만 육아의 책임을 지우는 것과 다름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직장맘이냐 전업주부냐의 여부를 두고 육아수당에 차별을 두는 것 자체가 ‘육아의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암묵적인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고,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와는 어찌 보면 상반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여성에게 일하라고 장려하면서 육아를 도맡아서 하라는 꼴이니 말이다. 한 나라, 한 정부에서 내세우는 원리원칙이나 일관적인 정책인지는 정말 의문이다.

3.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

이미지 출처 : http://www.phdcomics.com/comics/archive.php?comicid=676

아내 : 마이크, 난 당신이 일을 쉬면서 아이를 돌봐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데...

남편 : 어 당신 지금 회사에 다시 가봐야 할 시간 아닌가?

남편 : 난 아빠로서 우리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난 육아를 맡기로 약속 했어.

남편 : 우리 아이가 대학에 갈때까지...

아내 : 당신, 이건 '아빠의 육아 휴직'이지, '영원한 휴직'이 아니야...

참고기사 : 북유럽의 저출산 해법…공주의 남편도 떳떳하게 육아휴직 내는 스웨덴


다행히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어디가’ 등의 프로그램 덕분에 남성이 육아에 관한 공동 책임 의식을 장려하는 풍조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육아가 엄마만의 책임이 아닌, 아빠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에 ‘육아휴직’을 보장해야 한다. 사실 아이가 모체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모성애라는 것이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당연히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와 엄마의 애착 관계는 육아에 참여하는 그 순간부터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인식은 틀린 것이며, 사실 아빠도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돌보는 것에 적극적이었다면 ‘엄마아빠가 모두 같이 키워야 한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초기 육아가 그만큼 중요한데,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마는, 내 주변에 아이의 육아를 전담한다고 휴직했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또한, ‘남자가 애를 키운다고 육아휴직까지 내느냐, 마누라한테 잡혀 산다’라는 이야기부터 ‘남자보다 여자가 더 능력이 많나보네’라는 편견 어린 시선이 도사리고 있기까지 하다.

사실 남자가 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버니까 어쩔 수 없이 여자가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연상 연하커플이 대세라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더 많은 커플이 더 많다. 남성이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인 경력이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고, 경력, 연차에 따라 월급은 당연히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 진출을 더 빨리, 그리고 어린 나이에 하는 것은 맞지만, 결혼을 염두에 두고 교제하는 남성은 자기의 선배, 사회생활을 자기보다 오랫동안 한 사람을 만나므로 남성이 더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남성을 자연스레 육아로 동참시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위 기사의 사례처럼 남성도 같이 육아 휴직을 내면 휴직 기간을 추가로 준다거나,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은 아이를 낳아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어 그 고통과 어려움에 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불어 남성이 육아에 동참하는 것을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길러져야 할 것이다.

사실 나는 경력 단절이 제일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호기롭게 아이를 키운다고 회사를 관두더라도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만큼이나 서글픈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에게도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아이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굳이 출산과 육아에 동참해야 하나 의문마저 든다. 사실 결혼은 하되, 아이는 안 낳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최선이기도 하거니와, 굳이 피할 수 있는 상황을,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사회 탓이니, 남편 탓이니 원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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