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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1. 20:08 - Samantha

나는 결혼이 두렵다

올해 27살이다. 내 주변 또래 여자친구들은 청혼도 받고, 결혼도 하고, 심지어 뱃속에는 아이도 가지고 있다. 물론 대개는 결혼과 동시에 직장생활을 그만둔다. 아이를 낳아 키워야하는 이유에서다. 한편에서는 그럴꺼면 대학교육을 왜 그리도 열심히 받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이것은 개인적인 입장차이일 뿐이지 더이상 코멘트를 하지는 않겠다.

사실 10년도 더 넘게 결혼에 대한 회의론을 펼쳐왔다.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여자와 남자 공평하게 혼수와 집을 마련하는 대신 독립적인 가정생활을 꾸려야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른들의 반대도 그렇고 실제로 반반해서 시댁/처가에서 손님대접을 받는 일이 거의 드물다. 7살 때부터 전/부침개 등 일손을 도와왔는데 시댁가서도 여자가 일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가 나에게 대단한 압박을 주고 있다. 벌써부터 결혼 언제 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는 있는데, 사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아직까지 품고 있다. 어떤 점들이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지 각 요소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물론 과거의 전통대로 남자가 집을 마련하고 여자가 집값 수준에도 못미치는 세간살림을 준비해왔더라면 당연히 여자는 전통관을 따라야한다고 본다. 남녀평등을 외칠 요량이었다면 자신이 먼저 평등하게 결혼준비를 했었어야 했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일부 여성들의 잘못된 의식까지 모두 대변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이미지 출처 : 링크

1. 시댁 먼저 처가는 나중에

물론 지금까지 처가 먼저 간다는 집을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시댁 중심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사실 우리 부모세대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화까지 싸그리 잘못됐다고 해야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들은 있다. 1남 5녀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교육 받은 외삼촌에게 대다수 재산이 넘어간 이야기나, 할머니/할아버지 병수발은 도 맡았던 큰엄마/엄마 이야기까지 끝이 없다. 그래서 적어도 이 평폐, 폐단만 낳은 이 가부장적 문화를 철폐하고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데, 여전히 시댁 먼저 찾는 문화가 다반사다.

백 번 양보해서 여자와 남자가 독립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돈을 반반 해왔으면 당연히 시댁 중심의 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돈을 반반 해온 며느리는 자랑이면서, 처가 먼저 가겠다고 말하는 아들은 ‘며느리한테 잡혀산다’고 말하는 시댁 식구들의 인식부터 먼저 바껴야할 대목. 요즘 딸 아들 구분없이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주의기 때문에 당신에 아들이 중요한만큼, 며느리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딸이다. 이제 결혼 적령기에 있는 우리 아들딸이 고지식한 사고를 가진 부모님 세대와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야, 다음 세대가 조금이라도 편안할 텐데 그 싸움을 시작하는 것마저도 정말 아직은 힘에 붙이는 이야기다.

2. 남자가 당연히 집을 해와야 한다

심지어 딸가진 우리 어머니가 한 소리다. 우리 어머니가 딸만 가진 어머니라면 또 모르겠는데 우리 집은 1남 2녀다. 즉, 장가를 보내야 하는 아들도 있는데, 어머니가 이런 소리를 하시는 것이다. 나는 이런 어머니에게 “우리 집에 무슨 돈이 있어서 남동생 장가가는 데도 집을 해주겠다는 거냐, 해줄거면 딸자식 구분하지 말고 뒷바라지 해주시던가 아니면 남동생도 혼자 벌어서 결혼하게 내버려두라. 그리고 그 돈은 부모님 노후자금으로 써라”라고 해도 도통 말을 들어먹을 생각을 안하신다.

이 말은 큰 딸인 내게 정말 섭섭한 말이다. 집안 대소사일이 있으면 “그래도 우리집 기둥은 큰딸 너지”라며 내게 맡은 걸 기대하시는데, 그래도 역시 아들아들하는 어머니를 보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어머니는 아들 가진 집에서는 부모가 1~2억이라도 집값 보태주려고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나는 “아이구 아들 가진 집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렇게 돈을 벌어야 해. 딸가진 게 유세도 아니고!”라며 핀잔을 준다.

아들 가진 이모나 아들 가진 큰어머니도 하는 소리는 똑같아서 그냥 말을 휘감아벌이려는 뜻에서 “아이고 나 결혼 안할래요”라고 얼버부리기는 했다. 정말 요즘 시대에 아들가진 어머니들만 죽어라 고생하는 꼴이다. 그것도 모르고 아들은 여자친구에 빠져서 헤벌레하는데 말이다.

3. 딸을 시집보낸다는 의미

사실 딸을 시집보낸다는 말이 거북스럽다. 시댁 식구가 된다는 말이 얼마나 서운하고 답답한 일인가. 아들딸 장가보낸다는 의미가 “내 새끼가 내품에서 벗어나 어엿한 한 가정을 독립적으로 이루는구나. 섭섭하지마는 너네들의 새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마”라면 사실 이렇게도 섭섭하지는 않을 터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기성세대들은 며느리가 제 가정으로 편입된다고 인식하고 있다.그래서 많은 커뮤니티를 보면

아들부부네 집 비밀번호를 당연히 알아야 한다

아들네 부부가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문안인사를 여쭈어야 한다

아들네 부부가 시댁 식구 생일, 부부 결혼 기념일, 명절 심지어 주말도 같이 보내야 한다

결혼에 보태준 돈은 없지마는, 자식으로서의 도리, 즉 용돈을 줘야 한다

등의 고리타분한 사고를 하는 시댁의 단상들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부모님도 절대 그러지 않길 기도하고는 있지마는 어머니가 사촌오빠네 새언니 육아법을 두고 “우리 때는 막 키웠다”라는 말을 듣고 사실 가슴을 철렁 내릴 뻔 했다. 엄마ㅠㅠㅠ 엄마 때야 막 키웠어도 우리가 이렇게 착하게는 큰 것이지만, 엄마가 솔직히 육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건 우리가 인정하오 ㅠㅠ

이런 주요 3가지 만연한 인식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것도 이유이기는 하겠으나, 사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도 없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내 커리어를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고, 엄마는 그래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적인 문화도 거북스러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노처녀가 결혼도 못한 주제에 말은 잘도 지껄인다고 할 날이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그냥 다 두려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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