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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8. 22:58 - Samantha

20대가 4포(연애,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는 이유

참고 기사 : 출산·육아휴직때 해고·차별… 서러운 워킹맘


“오만과편견은 현대시대에 읽기엔 적절치 못한 작품같아. 다아시와 같은 부자 남자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작품이잖아. 문체와 작품성이 좋고, 제아무리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것도 신데렐라 이야기의 일종일 뿐인 거 같아.”
“그런데,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에 사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오빠, 내말은 자기 분수에 맞는 사람을 만나자, 그거지.”
“보다 안락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을 산택하는 게 과연 욕심일까?? 여자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남편이 혼자 벌어야 하잖아. 그렇다면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한 가정의 경제를 전적으로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게 당연하지.”


각종 커뮤니티에는 김치녀vs김치남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남자가 2억짜리 집을 해가는데 여자는 3,4천만원의 혼수만 겨우 해왔더라, 남자는 무조건 예쁘고 어린 여자만 찾는다더라, 권리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더라 등의 이야기들이 누리꾼들을 선동한다.

사실 주변을 돌이켜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의 의견(혹은 한 개인의 실제 이야기) 중 하나일 뿐, 정상의 범주에 놓이는 남녀사이에서는 더치페이와 혼수반반이 당연하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여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남자/여자가 돈을 알뜰하게 모으길 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데이트통장 사용을 유도하고, 각자 월급의 일정 부분을 적금에 들도록 장려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가정을 만들려는 게 요즘 정상적인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남녀의 평등함이 적용되지 않는 기간이 있다. 바로 출산과 양육기간이다. 아이는 엄마가 품고, 낳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가 대신해줄 수 없는 문제다. 출산일이 다가오면 여성은 출산 준비 및 산후조리를 위해 출산휴가를 받는다. 출산휴가를 제공해주는 회사의 경우에는 짧게는 2, 3개월부터 길게는 2년을 제공해준다. 사실 여성이 산후조리 직후 회사에 복직하지 않(못하)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다.


  1. 아이의 양육은 그래도 엄마가 해야 낫다는 인식의 만연 - 아무래도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낫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장에 모유가 좋다는 이유때문에 2,3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하는 여성이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모유/수유실을 구비한 회사가 적은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화장실에서 아이에게 먹일 모유를 유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2. 남성의 임금이 더 높다 - 연상녀연하남 커플이거나 동갑내기 커플이라면 예외의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많아 사회생활을 오래 지속했을 때를 이야기한다. 사회생활이 긴 남자와 상대적으로 사회에 늦게 진출한 여성(남성보다 어리다)이 결혼했을 경우, 당연히 남성의 임금이 연차에 따라 더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남편이 버는 돈이 더 많다면, 여성이 휴가/퇴직하는 게 한 가정의 경제적인 이득이 될 수 있다.

  3. 출산휴가 받는 남성은 거의 없다 - ‘아빠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프로그램에 힘입어 아빠도 동등하게 참여하는 육아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 제도적인 시스템은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했다. 무슨 남자가 애를 본다고 쉬냐 등의 인식도 있을 뿐더러, 남성이 아내를 대신해 출산휴가를 부여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사실 어떻게 보면 남성이 도의적으로 육아를 회피한 게 아니라, 제도가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이를 남성도 동등하게 나눠서 해야 한다는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한 경우다.

  4. 회사의 권고사직 - 위 기사에서처럼 권고사직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성이 육아 등의 이유로 정해진 복직일보다 늦게 복직을 하거나, 혹은 퇴사 의견을 내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무조건 기다려줄 수 없는 상황도 이해되기는 한다. 아니면 여성에게 지출되는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내쫓겨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하고 싶은 건 단순히 여성의 욕심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은 타의로 직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경우, 남편과 여성 모두 돈을 같이 번다는 개념은 둘의 욕심일 수도 있다. 둘이 모두 일을 하길 원한다면, 한달 100만원에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던가, 친정/시댁 식구에게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어떤 방안을 강구하더라도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 아이는 절대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적게 받는 상황에 놓인다. 그렇다고 남자 혼자 벌자니, 한달 2,300만원 벌어서는 가장의 역할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 둘이 벌어 겨우 3,400만원의 수입 정도는 맞춰야 전세 대출도 갚고, 아이 육아용품도 사고,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경우에는 출산과 육아는 언감생신이다. 둘이 간신히 몸을 건사하는 와중에, 새생명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결론적으로는 외벌이로 그거밖에 못버는남자의 잘못이 아니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억지로 떠나야하는 여자의 잘못이 아니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 이후로 다시 돌아갈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 그리고 적절한 임금을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돈도 못버는 너네들이 결혼해서 애를 줄줄 낳는 게 잘못이다. 능력도 안되는 것들이 무리해서 집사고, 무리해서 애들 학용품 사준 게 잘못이다. 애초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무리해서 한 게 너네들 잘못이다.”


사실 지금 사회와 기업시스템의 논리는 바로 잘못을 전적으로 젊은세대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이익때문에 4포시대를 자처하는 게 아니라, 저임금과 제도의 부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 결혼, 출산, 육아를 포기하는 것이다.

만약 둘이 벌어서 충분히 한 가족이 먹고살 수 있다면, 혹은 남편 혼자 벌더라도 아내가 다시 자연스럽게 조직에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혹은 남편 혼자 외벌이하고 여성이 가정과 육아에 온전히 올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젊은세대가 왜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살아가겠는가?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이기심을 지적하지만, 사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사회 시스템과 조직의 횡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젊은세대가 나약한 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첫발의 시작점을 난잡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