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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8. 23:26 - Samantha

EBS 다큐프라임 - 아버지의 성

출산과 육아, 고민이 많은 20대

미혼/기혼 여부에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가정, 출산, 육아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현재는 선택을 안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매달 생리를 하는 가임기의 20대 여성인 필자는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생물학적인 위치에 놓여있다. 그렇기에 28살 때 결혼해서 30살에 나를 낳은 엄마와의 나이가 비슷해질수록 생각할 것들이 더욱 많아진다. 어쨌든 여자도 직업을 선택하고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출산-육아’를 떼어놓고 인생을 설계하기가 쉽지 않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든, 둘 모두를 감내하든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생활과 가정, 혹은 사회생활과 육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정생활을 영위하게 될 경우 시댁과의 관계부터 시작해서 남편과의 관계까지 신경써야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회생활에 온전히 올인할 자신이 없을 경우 가정(결혼)을 포기하게 될 것이고, 사회생활과 가정을 병행하다가, 가정을 선택하면서 회사에 퇴직서를 내야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혹은 남편과 짝짝쿵이 잘맞고, 시댁과의 관계도 원활해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게 어렵지 않는다면, 그 다음 문제는 사회생활 vs ‘출산과 육아’다. 출산으로 인한 공백을 메꿀 자신이 없으면 육아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만약에 출산을 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자리잡는다. 사회생활을 계속하길 원하는 여자라면 젖먹이 아이를 떼놓고 회사를 다닌다. 주변에서 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회사에 나간다. 아마 이때는 자신의 자아 실현을 위한다기 보다는, 맞벌이를 통해서만 자녀를 교육시킬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사회상이 반영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외벌이로만 먹고살기 빠듯한 마당에, 아이까지 태어났으니…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을 주지 못하는 죄책감도 비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그 무엇하나 결정하기 어려운 20대다.

사실 이 모든 고민의 근원은 ‘돈’인데 말이다. 돈이 많으면 이렇게까지 고민할까 싶기도하다. 돈이 좀 넉넉하게 있으면 내가 낳은 예쁜 아이, 내 손으로 기르고 싶어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이래나 저래나 제대로 키울 상황과 여력이 못되서 ‘출산과 육아’ 포기 선언까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남자는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됐는가?

지금까지 보아온 아버지 상은 아버지, 큰아버지, 사촌오빠 등이 전부이기 때문에 요즘 시대적인 흐름은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보고 자란 가부장적 모습들이 현재도 그렇다면, 요즘 여자들은 출산/육아를 더더욱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그때는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이 당연했고, 엄마가 집에서 밥해주고,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빠는 항상 부재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맞벌이가 당연하고, 외벌이로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시대다.

응당 여자도 가정을 위해 회사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라면, 남자도 육아와 가정일에 동등하게 참여해야 하는데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는 그런 평등하고도 이상적인 모습이 참 드물다. ebs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이 따로 있고, 그 효과도 다른 법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어머니의 역할만 강조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역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제맛’ ‘아빠 손길이 어디 엄마만큼이나 하겠냐’. 하지만 아빠는 안해봐서 못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육아/출산 프로그램이 엄마 위주로 짜여져있고, 그래서 여자는 어릴 때부터 간접적으로 엄마 되기 수업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빠는? 좋은 아빠가 되는 법에 대한 책은 근래에 많이 출판되고 있기는 하지만서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는 아빠와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될는지는 모르겠다. 여자들끼리는 만나서 출산, 육아, 가정일까지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에 반해, 남자들은 얼마나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게 내심 여자의 고민이기도 하다.

남녀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하기

요즘에는 남녀가 모두 똑같다기 보다는, 남녀가 서로 다르며 그렇기에 서로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과 신체구조도 다르고, 호르몬체계도 다르다는 것도 인정하고, 서로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가정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영역으로고 확장해서 보려고 노력한다.

EBS 다큐프라임 - 아버지의 성


육아와 일, 모두 잡고 싶다

엄마는 집에서 놀고 싶어서 노는 게 아니고, 아빠는 집에서 놀기 싫어서 밖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보육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뜻이다. 요즘 육아에는 아빠의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인데, 제반사항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빠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주변에선 극성이다, 칠칠맞다, 헤벌쭉이다, 벌이가 시원찮다 등으로 깍아내린다. 엄마도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고, 사회적인 성공을 영위하고 싶은데 사회제도가 거지같아서, 좋은 대학과 공부를 해놓고서도 집에서 육아만 하느라 그 경력이 단절된다.

사실 남자가 아빠되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느냐 마느냐는 논외문제다. 본질적인 나의 문제는 사실 ‘경력단절’이다. 만약 육아와 동시에 넉넉하게 병행할 수 있는 직업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것을 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 벌이를 위한 일은 아니였으면 하는 게 속마음이다. 먼훗날 아이에게 “너를 키우느라 내 꿈을 포기했다”라는 말을 건네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너를 키우면서도 사랑하는 내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게 분명하기에, 그래서 나는 더더욱 누군가와 함께할 수도 있는 미래에 괜히 겁을 먹고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흘러가는대로, 남들하는대로, 남들했던 것처럼, 남들이 살아온 것처럼 살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내 문제가 될 때는 흘러가는대로 내비둘 수가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여놓고 남을 탓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애를 낳아라”, 현실은?

아이가 있어도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노력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다둥이를 낳으면 출산지원금은 최대 540만원 지원하는 등 헛소리나 하고 있다. 일부가 아닌, 출산과 육아를 선택하는 모든 가정을 위한 최상의 시스템을 구축하려기 보다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책만 내놓고 잘했다고 난리다. 역시 정부가 문제고, 사회가 문제다.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없는 사회, 현실

엄마는 여자로 태어났으면 여자로 태어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누리면서 살아보는 게 인간으로 태어난 최고의 복이 아니겠느냐고 말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요즘 배운 여성이라면 선뜻 부모의 길을 택하는 건 쉽지 않다. 사회는 ‘독신’, 혹은 ‘딩크족’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고, 출산을 하지 않는 가정을 이기적이라고 부른다. 아이는 낳아서 알아서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올바르게 성장하는데, 부모는 돈버느라고 아이에 관심도 못귀울이는 데 어찌 배려와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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