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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2. 12:35 - Samantha

[영화]쎄시봉, 트윈폴리오는 없고 주구장창 사랑이야기만 읊조리는 영화


 

여배우 한효주의 남동생의 문제 때문에 보지 않으려다가, 정우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뒤늦게 본 영화. 그리고 나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은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2시간을 낭비한거구만’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됐다.


영화의 시작은 괜찮았다. 한국 포크 음악계의 전설이 된 ‘트윈폴리오’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맛깔나게 그려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송창식 역으로 분한 조복래의 활약을 약간이나마 기대했다. 그러나 민자영(한효주)와의 출현과 동시에 영화 스토리는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트윈폴리오로 활동하게 된 세 남자가 아웅다웅 싸우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우정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기대했던 관객이 잘못했던 것일까. 민자영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 밑밥을 잘 깔아놓는가싶더니, 민자영의 출현으로 영화는 갑작스럽게 로맨스 영화로 변신한다. 딱히 뮤즈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도 아니다. 그냥 하하호호 웃는 걸 보며 좋아하는 오근태(정우)만이 스크린에 비춰질 뿐이다.

그래, 1970년대~1980년대의 순수했던 젊은 시절, 순수했던 사랑을 조망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민자영의 출현으로 트윈폴리오 멤버가 암묵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갈등을 빚게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스토리가 생각하던 방향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그냥 몇 년간 좋아했던 교회오빠와 뻔하지 않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실익을 선택한 민자영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몽환적이면서도 몽환적이지 않은 이 영화, 도대체 뭐냐”라는 의문만을 제기했을 뿐이다.

심각한데 심각하지 않고, 사랑스러운데 사랑스럽지 않고, 즐거운데 즐겁지 않고. 영화가 여러 개의 이야기를 담으려다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한 느낌이 다분했다.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사람들은 한효주때문에 이 영화가 망했다고들 평하겠지만은, 사실 영화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한효주 사건이 아니더라도 흥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잘난 배우들을 모셔다놓고 왜 영화가 이렇게밖에 안만들어졌는지, 화가 날 뿐이다.

어설프게 뮤즈 타령을 하다가 결국은 뮤즈 타령만 하다가 끝난 영화. 재미있게 살릴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쉬울 뿐이다. 1970~1980년대라는 시대적인 배경, 지금도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쎄시봉, 춤, 노래, 음악, 우정, 그리고 실화. 이런 황금비적인 소재를 가지고도 영화 스토리가 이렇게 밖에 전개될 수 없었던 것은…. 정말 안타깝다.

굳이 본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만약 본다면 ‘민자영’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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